“RAM이 없으면 제품도, 회사도 없다” – 메모리 부족이 부른 글로벌 IT 대멸종의 서막
- AI 서버 수요 폭증으로 인해 일반 소비자용 및 산업용 RAM 공급망이 붕괴되고 있습니다.
- 중소 하드웨어 제조사들은 치솟는 BOM(부품원가) 비용을 견디지 못하고 제품 출시를 포기하거나 폐업하고 있습니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집중 전략이 레거시 RAM 시장의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했습니다.
메모리 부족, 단순한 수급난을 넘어선 ‘실존적 위기’
최근 글로벌 IT 업계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가히 충격적입니다. 과거에는 부품이 부족하면 가격이 오르고 배송이 늦어지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RAM(메모리)을 구하지 못해 공장을 멈추는 것을 넘어, 회사의 간판을 내리는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저는 최근 국내외 하드웨어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만나며 이 위기를 실감했습니다. 불과 1년 전 계획했던 제품의 메모리 단가가 3배 이상 뛰면서,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되어 프로젝트 전체를 폐기했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물건을 만들 권리’를 박탈당하는 혁명적인 위기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 AI의 포식성: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AI 가속기 생산에 HBM(고대역폭 메모리)이 필수적으로 사용되면서, 메모리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낮은 일반 DDR4, DDR5 생산 라인을 대거 축소했습니다.
- 양극화의 심화: 빅테크 기업들이 메모리 물량을 선점하면서, 구매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은 시장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 기술 전환의 틈새: DDR4에서 DDR5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공급망 관리가 실패하며, 구형 모델을 사용하는 수많은 산업용 장비들이 ‘단종’ 압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공급이 수요를 지배하는 시대” – 사라지는 기업들
메모리 반도체는 그동안 ‘범용 제품(Commodity)’으로 취급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희토류와 같은 ‘전략 자산’이 되었습니다. RAM 부족으로 인해 특정 제품군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는 현상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저가형 태블릿, IoT 기기, 그리고 소규모 데이터 서버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이들은 메모리 가격의 미세한 변동에도 이익률이 널뛰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향후 2년 내에 전 세계 하드웨어 제조사의 약 15%가 메모리 수급 문제로 인해 구조조정 혹은 폐업의 길을 걸을 것으로 경고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메모리 강국이지만, 동시에 메모리 수급에 가장 민감한 제조 생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으로 역대급 실적을 올리는 동안, 역설적으로 국내 중소 IT 기업들은 ‘메모리 보릿고개’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첫째, 국내 하드웨어 생태계의 공동화 현상이 우려됩니다. 대기업은 공급망을 확보했지만, 국내 소규모 임베디드 및 로봇 기업들은 부품을 구하지 못해 R&D 속도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둘째, 공급망 다변화가 시급합니다. 특정 제조사에만 의존하던 관습에서 벗어나 대만, 미국계 유통망을 사전에 확보해야 합니다.
행동 지침: 지금 당장 자사 제품의 메모리 로드맵을 DDR5 및 고효율 LPDDR 계열로 전환하고, 최소 1년치 이상의 핵심 재고를 확보하는 ‘전략적 사재기’가 생존의 열쇠입니다. 이제 기술력만큼 중요한 것이 ‘공급망 장악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