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정교한 ‘급 나누기’: FP64 디바이드가 한국 AI 반도체 생태계에 던지는 엄중한 경고
- 엔비디아는 소비자용 GPU와 데이터센터용 GPU 간의 ‘FP64(배정밀도)’ 연산 성능 차이를 극단적으로 벌리고 있습니다.
- AI 모델은 저정밀도(FP16/FP8) 연산에 의존하지만, 기상 예측·물리 시뮬레이션(HPC)은 여전히 고정밀 FP64가 필수입니다.
- 이는 전통적 과학 연산 분야에 ‘엔비디아 통행세’를 강요하는 전략이며, 하드웨어 시장의 거대한 분절을 의미합니다.
거대한 분열: FP64는 왜 버림받았는가?
과거의 GPU는 단순히 ‘그래픽 카드’였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GPU는 연산의 성격에 따라 두 갈래 길로 나뉩니다. 니콜라스 디켄만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는 지금 ‘위대한 FP64의 결별(The Great FP64 Divide)’ 시대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1. 정밀도의 경제학: FP64 vs. FP16
FP64(64-bit Floating Point)는 극도의 정확도가 필요한 과학적 시뮬레이션에 사용됩니다. 반면, AI 딥러닝은 그렇게까지 정밀할 필요가 없습니다. 소수점 아래 수십 자리까지 계산하는 것보다, 조금 덜 정확하더라도 동시에 수천만 번의 연산을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가 대학 연구소에서 유체 역학(CFD) 시뮬레이션을 돌릴 때 겪었던 일입니다. 최신 게임용 RTX 4090을 가져왔지만, 5년 전 구형 Tesla 카드보다 계산 속도가 처참하게 느렸습니다. 엔비디아가 고의적으로 소비자용 카드의 FP64 유닛을 제한했기 때문이죠. 이것은 단순한 기술적 한계가 아니라 비즈니스적 설계입니다.”
2. 엔비디아의 ‘의도적 성능 저하’ 전략
엔비디아의 호퍼(Hopper) 아키텍처 기반 H100은 압도적인 FP64 성능을 자랑하지만, 게이머용인 Ada Lovelace 아키텍처는 FP64 성능을 FP32 성능의 1/64 수준으로 박살 냈습니다. 연구원들이 저렴한 소비자용 GPU 수백 대를 묶어 슈퍼컴퓨터를 만드는 ‘꼼수’를 원천 차단한 것입니다.
이것은 혁명입니다: AI 전용 연산의 시대
엔비디아의 이러한 행보는 역설적으로 ‘AI 연산의 순수화’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범용 연산 능력을 갖춘 하이엔드 칩을 만들 필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오직 AI만을 위한 저정밀도 텐서 코어(Tensor Core)에 몰빵한 설계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 HPC(고성능 컴퓨팅): 고가의 기업용 칩(H100, A100) 강제 구매 유도
- AI 학습: 저정밀도 대량 연산 최적화
- 소비자 시장: 게이밍 성능은 올리되 전문 연산 성능은 철저히 배제
결론: 정밀도의 정의가 바뀌고 있다
더 이상 “가장 빠른 GPU”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연산에 가장 적합한 GPU”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엔비디아는 이미 선을 그었습니다. 이제 그 선 안에서 당신의 연구와 비즈니스가 어떤 정밀도를 요구하는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때입니다.
엔비디아의 ‘FP64 디바이드’ 전략은 한국의 AI 반도체 스타트업(사피온,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등)에 거대한 기회의 틈새를 열어줍니다. 엔비디아가 과학 연산(HPC) 수요를 챙기느라 칩 면적의 상당 부분을 FP64 유닛에 할당하는 동안, 우리 기업들은 FP64를 과감히 제거한 100% AI 전용 NPU(Neural Processing Unit)로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불필요한 고정밀 연산 회로를 걷어내면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에서 엔비디아를 압도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이 강점을 가진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의 수직 계열화를 통해, 학습보다는 ‘추론’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가성비 대안으로 자리 잡는 전략이 유효합니다.
다만, 국내 연구용 클러스터 구축 시 소비자용 GPU를 활용하려는 시도는 FP64 제약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높으므로, 국가 차원의 HPC 전용 인프라 지원 정책이 병행되어야 합니다.